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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이전에 EIDF에서 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미아는 부모님과 미국에서 살고 있고 알렉산드라는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과 노르웨이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쌍둥이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쌍둥이가 노르웨이, 미국으로 각각 입양되었던 것이다. (이들이 쌍둥이임을 알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는데, 양부모님들은 중국에 오기 전까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고, 아마 원래 중국에 도착해 아이를 데려가는 서로의 일정에서도 만날 일 없을 예정이었지만 한 쪽 아버지가 몸이 아파서 일정이 변경되면서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어? 저 사람들이 안고 있는 아이가 우리 아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했던 것이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둘의 삶은 달랐는데, 알렉산드라는 인구가 겨우 234명 밖에 ..

2018.07.07

토끼의 아리아

과학자이자 SF소설가인 곽재식의 . TV드라마화가 되어 작가에게 처음으로 소설로 돈을 벌게 한, ‘데뷔작’인 를 비롯,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웹진 거울 등 다른 곳에 발표되었던 작품들도 많다. , 같은 작품은 거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상상력에 기반하여, 특정한 아이디어를 펼쳐보이는 성향의 글들인데, 딱 잘라 말하긴 어렵고 그러면 안되겠지만 왠지 저자가 과학자로서 일하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였거나 보고들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 같은, 과학계의 씁쓸한 진실-로 추정되는 것들-이 많이 투영되어 있다. 나는 뭐 아직까지 사회에선 새내기라고 생각하고 쌓아온 경력이 일천하다보니 실제로 그러한데, 그냥 뭐랄까 어디나 돌아가는 건 참 비슷하구나 싶기도 하고, 이건 세상의 평균보다도 심한..

2018.06.12

피니시

한때 자기계발서따위 신경쓰지 않던 세월이 있었다. 내가 안 읽는 책의 종류는? 자기계발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의 종류는? 자기계발서, 아니 그런 책을 대체 왜 읽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의 취향도 바뀌었다. ‘삶의 기술’에 대해서, 삶에서 마주치는 일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인터넷서점 위시리스트에 담게 되고, 사게 되고... 그리고 마침내(?) 를 읽게 되었다. 나는 일을 끝까지 잘 끝내는 사람인가? 나는 한 때 일을 잘 벌이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좀 소강되었지만 일을 벌이는 불씨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고 믿는다. 따지고 보면 환경의 변화 때문에 일을 많이 벌리지는 못했지만 지난 해 같은 경우에도 나름 이것저것 시도를 했다. 어쨌든, 나..

2018.06.10

혼자일 것 행복할 것

우선 다른 이야기부터 잠깐. 지금이야 웹툰이라는 것은 으레 웹툰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이트에 가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고르듯 그 사이트에 연재되는 작품들 중 하나를 같은 사이트 공간 내에서 골라 보는 것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초창기 웹툰은 개인 홈페이지에서 연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중후반. 네이버가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낢이야기 같은 작품의 경우 개인 홈페이지에서 네이버 연재로 이동했고... 하지만 아직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하는 사람들도 꽤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난 가던 데만 갔으니까. 아무튼 그 당시부터 보기 시작했던 웹툰 중 하나가 루나파크로, 더 이상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잘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블로그라거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이..

2018.04.21

오직 두 사람

김영하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건 안다. 원래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름이 난 소설가였고, 언젠가부터 TV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았다. 그런데 난 김영하가 쓴 소설도, TV 프로그램도 본 적이 없었다. 떠돌아다니는 방송 캡처 같은 건 본 적 있고, 어쩌면 단편을 읽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아는 김영하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사람.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사람. 그런데 내가 그 글을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 이었고, 그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단편집 을 읽었다. 내 감상은 이렇다. 이 책의 단편들은 현실을 잘 꿰뚫어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들, 힘듦을 견딜 수 없어서 어설픈 합리화나 그럴싸한 거짓말로 덮어두는 ..

2018.04.21

피프티 피플

2016년에 연재된 정세랑의 을 2018년에 읽었다. 작가 스스로도 이 글은 2016년에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납득했다고 하는데, 그 사이 한국 사회는 조금 바뀌기도 했고 어떤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거나 더 나빠지기도 한 듯 하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2016년의 사회 문제를 보여주었지만, 2018년에도 여전히 이 소설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제목에서 보이듯, 이 소설은 50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정확히 50명은 아니라고 한다) 50명의 주인공들이 돌아가며 한 번씩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보며 직접적으로, 혹은 지인의 지인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정세랑의 단행본을 읽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앞에서 읽었던 두 권은 , 이다. 정세랑의 글은 달콤한 편이다..

2018.03.31

[도서리뷰] 라틴어 수업

한동일의 을 리뷰하고자 한다. 우선 불만사항부터. 이북으로 읽었는데 편집이 맘에 들지 않는다. 가령 Lectio XXI에 등장하는 문장 "욕망한다. 그러나 나는 만족한다"는 Desidero sed satisfacio여야 하지만 책에서는 "Desero sed satisfacio"로 표시된다. 라틴어를 잘 모르고 굳이 찾아보고 싶기까지 하지는 않아서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특정 문자의 패턴이 씹혀먹힌 것 같다. (이북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뭔가 명령어로 인식되었다거나... 여튼 뭔가 잘못된 듯 하다) 각주도 분명히 출판년도일 텐데 중간에 ,이 찍혀 있다. 가령 1997년에 출판된 책을 인용했다고 하면 책의 출판연도가 1,997로 나와있는 식. 이북을 읽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북들의 만듦새..

2017.11.27

[도서리뷰] 카드의 여왕

도서명 : 카드의 여왕 저자 : 알렉산드르 푸시킨 출판사 : 위즈덤커넥트 푸시킨의 『카드의 여왕』에는 카드 도박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백작 부인과 그 방법을 알아내고자 하는 통신 장교가 등장한다. 독일인 통신 장교 헤르만은 현실적인 사람으로(19세기 러시아에는 독일인 장교가 많았던 걸까?), 다른 친구들이 도박을 하는 것을 구경만 할 뿐 절대 도박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도박에 흥미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냉철한 현실주의적 성품 때문이다. 그러다 떠벌이 동료에게 백작부인인 그의 할머니가 도박에 무조건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그러던 와중 그 할머니의 집에서 일하는 친구가 별로 없는 하녀를 보게 된다... 가볍고 짧게 읽을 수 있..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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