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것 행복할 것

be composed 2018. 4. 2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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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른 이야기부터 잠깐. 지금이야 웹툰이라는 것은 으레 웹툰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이트에 가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고르듯 그 사이트에 연재되는 작품들 중 하나를 같은 사이트 공간 내에서 골라 보는 것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초창기 웹툰은 개인 홈페이지에서 연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중후반. 네이버가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낢이야기 같은 작품의 경우 개인 홈페이지에서 네이버 연재로 이동했고... 하지만 아직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하는 사람들도 꽤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난 가던 데만 갔으니까. 아무튼 그 당시부터 보기 시작했던 웹툰 중 하나가 루나파크, 더 이상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잘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블로그라거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이래저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저자의 본업은 카피라이터. 글을 다루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만화 외에도 에세이집을 두 권 출판했는데... 그 중 한 권은 런던 여행기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다른 한 권은 자취생활을 주제로 한 <<혼자일 것 행복할 것>>.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를 사서 읽었고, 그 당시에는 큰 감명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2018년이 되었고, 한동안 타지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고향 집에 돌아온 난 오랜만에 저자의 블로그를 들어갔고, 글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를 다시 펼쳐들었고, 근데 또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혼자일 것 행복할 것>>까지 읽기에 이르게 된다...! 예전에는 특유의 촘촘하고 세세한 느낌의 문체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고 나도 아주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되었으므로(?!) 사려깊고 세심한 문체를 알아볼 수 있게 된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도 자취라면 해 봤다. 다만, 저자의 경험은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30대가 되어서/직장인으로서 수입이 있고/서울에서/여성으로서/공동주택에서/혼자 사는 경험인데(전작을 보면 영국에서 혼자 지냈던 경험이 있으나, 아마도 여행이었기도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자취 경험으로 포함하지 않은 듯), 나의 경우 20대에/학생으로서/지방 대도시에서/남성의 몸을 가지고/고시원에서/혼자 사는 경험을 시작했고 그 이후 여러 변동은 있었지만 서울에서 혼자 경험은 한 달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나의 경험과 저자의 경험은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아 이런 입장에선 이런 경험을 하는구나’, ‘서울에서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구나등을 알아나가게 되었다. 하나 추가하자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만 혼자 살아 본 저자가 서울에서의삶을 보통의삶으로 일반화시킨 것은 아쉬운 점.

물론 자취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나 역시 알고보면(?) 소심한 성향이기에... 그리고 고시원에서 층간소음보다 가까운(?) 방간소음을 겪어 보기도 했고... 한편 사실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실수를 하는 장면인 냉장고 구매 에피소드 같은 경우 덤벙대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아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 실수를 하는구나 이렇게 꼼꼼하고 세심한 사람도 이런 실수를 하면서 살고 그러면서 조금 더 노련해지고 그러는구나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을지... 흠흠...

아무튼, 때로 이런저런 삐걱거림이 있기도 하지만 혼자서 멋진 독립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사람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생각들을 읽어나갈 수 있어 좋았다. 다음 책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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