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be composed 2018. 3. 3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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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연재된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2018년에 읽었다. 작가 스스로도 이 글은 2016년에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납득했다고 하는데, 그 사이 한국 사회는 조금 바뀌기도 했고 어떤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거나 더 나빠지기도 한 듯 하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2016년의 사회 문제를 보여주었지만, 2018년에도 여전히 이 소설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제목에서 보이듯, 이 소설은 50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정확히 50명은 아니라고 한다) 50명의 주인공들이 돌아가며 한 번씩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보며 직접적으로, 혹은 지인의 지인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정세랑의 단행본을 읽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앞에서 읽었던 두 권은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이다. 정세랑의 글은 달콤한 편이다. 사실, 너무 달아서 때로는 좀 물린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특히 <<지구에서 한아뿐>>은 정말 달았다) 이번 소설의 경우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달콤함은 여전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믿음 같은 것이 보인다. 50명의 주인공들 중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다. 아니,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작가는 그들의 좋은 면에 집중한다. 딱히 눈에 띄게 착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부분, 착한 마음을 작가는 믿고 집어낸다.

한편 <<피프티 피플>>이라는, 영어 발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제목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겠지만 젊은 세대가 아니면 단어를 따라가는 데 차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내세우며 개개인의 삶을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외래어라거나 젊은 사람들이 주로 쓸만한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소설에서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에 따라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50명은 모두 우리의 주변에 살아 있는 사람이다. 어느 리뷰에서 그들이 이미 내게 아는 사람이 된 이상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그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고, 처음부터 우리 주변에 있었고,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된사람들이겠지. 그렇다면 이제 서로 아는 사람들이 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아보고, 우리 안의 착함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정세랑의 글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 수 있다. 이미 여러 작품이 나와 있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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