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be composed 2018. 4. 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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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건 안다. 원래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름이 난 소설가였고, 언젠가부터 TV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았다. 그런데 난 김영하가 쓴 소설도, TV 프로그램도 본 적이 없었다. 떠돌아다니는 방송 캡처 같은 건 본 적 있고, 어쩌면 단편을 읽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아는 김영하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사람.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사람. 그런데 내가 그 글을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 이었고, 그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단편집 <<오직 두 사람>>을 읽었다.

  내 감상은 이렇다. 이 책의 단편들은 현실을 잘 꿰뚫어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들, 힘듦을 견딜 수 없어서 어설픈 합리화나 그럴싸한 거짓말로 덮어두는 (그것이 본인의 비겁함과 나약함 때문이든,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처절한 슬픔이 있어서이든) 것을 잘 눈치채고 인정하는 소설이라고 느꼈다. 어떤 사람이든 모르는 것, 삶에서 변명하는 것이 많겠지만, 하지만 보다 겸손한 태도를 취하고, 자신의 변명이 변명임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남들보다 쉽게 깊이를 갖추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영하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저지르는 그런 나약한 합리화들에 대해 쉽게 합리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사람은 이렇게 약해빠진 존재고, (상황 바깥에서 소설 속 인물들을 바라보는 독자와 작가가 보기엔) 이렇게 비겁하고 어리석은 존재야. 삶은 갑자기 나락으로 휙 떨어져버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떨어진 삶이 갑자기 확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어.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상 삶은 계속될 것이야. 그리고... 그렇게 계속된 삶은, <신의 장난>에서처럼 나아질 가망은 딱히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아이를 찾습니다>에서처럼 황폐해지고 메마른 것처럼 보였던 일상에 새로운 변화,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오직 두 사람>에서처럼 오랫동안 계속되어 당연하게 여겨졌던 어떤 것들의 균열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방향으로 계속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삶은 계속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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