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

be composed 2018. 6. 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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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자기계발서따위 신경쓰지 않던 세월이 있었다. 내가 안 읽는 책의 종류는? 자기계발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의 종류는? 자기계발서, 아니 그런 책을 대체 왜 읽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의 취향도 바뀌었다. ‘삶의 기술’에 대해서, 삶에서 마주치는 일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인터넷서점 위시리스트에 담게 되고, 사게 되고... 그리고 마침내(?) <<피니시>>를 읽게 되었다.

  나는 일을 끝까지 잘 끝내는 사람인가? 나는 한 때 일을 잘 벌이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좀 소강되었지만 일을 벌이는 불씨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고 믿는다. 따지고 보면 환경의 변화 때문에 일을 많이 벌리지는 못했지만 지난 해 같은 경우에도 나름 이것저것 시도를 했다. 어쨌든, 나는 재밌겠다 싶으면 지르고,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씩 빌리곤 했다. 그럼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나는 대체로 뒷심이 약한 사람이었다. 스터디가 힘에 부쳐 참석은 성실히 하지만 공부는 성실히 하지 못하고, 열심히 읽으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은 처음 몇 페이지 정도만 읽고 반납하고... 공적인 일의 경우 어떻게든 끝까지 가는 편이었지만 사적인 일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았던 듯 하다. 아 물론 지금도 사 놓고 다 못 읽은 책들이 쌓여있고... 아니 이건 책을 살 때 ‘이 책을 언제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같은 걸 별로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이 책을 사야겠다! 하면서 사는 거니 좀 다른 문제인가.

  저자 존 에이커프는 <<피니시>>에서 문제는 완벽주의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의 정의를 명확하게 딱 잘라 내려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뭔가 두리뭉실한 개념이 잡힌다. 일을 잘 하게 만드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을 해내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방해꾼. 일을 잘 끝내기 위해서는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말 것.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해낼 수 있으리라고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것. 그리고 쓸데없는 규칙에 빠지지 말 것. 어떤 일을 반드시 어떻게 해내야 한다는 이유가 있는가? 많은 경우 그것은 그냥 ‘완벽주의’의 계략, 일을 해내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즐기면서 할 것. 내게 맞는 전략을 사용할 것. 어떤 사람은 보상-이 일을 했을 때 일어날 좋은 결과-에, 어떤 사람은 공포에-이걸 못하면 일어날 나쁜 결과-더 잘 반응한다. 그리고 일을 너무 많이 벌이지 말 것! 우선순위를 정해서 어떤 일을 포기할지 정할 것.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 뿐인, ‘은신처’로 도망가지 말 것.
  겉보기에 보다 완벽하고자 하는 의도처럼 떠오르는 생각들 중 많은 것은 사실 일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게 되는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그에 휘말리지 말고, 끝까지 일을 해내자... 정도의 책이 되겠다. 책을 읽으며 ‘아 난 이정도는 아니야’라거나 ‘아 난 이건 크게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아’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내가 일을 벌이되 구체적인 목표는 생각보다 잘 세우지 않는 사람이라서일지도...), 일을 마무리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이 얻은 느낌이 든다. 다음 개인 프로젝트는 끝까지 완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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