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인 앤 아웃

be composed 2018. 9. 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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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꽤나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자극적인 제목이 책의 주제를 잘 설명해 내고 있다. 책 표지에는 떠나는 사람, 머무는 사람, 서성이는 사람, 한국 청년 글로벌 이동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라는 부제가 쓰여 있다. 즉 이 책은 인류학 에세이로서, 한국의 힘든 현실(헬조선)과 관련되어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하고, 해외에서 살아가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과정(인 앤 아웃)을 다루고 있다. 책은 일곱 챕터로 나뉘어져 헬조선바깥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한다.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보통 개인적인 일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이미 국내에서 사람들을 감싸고 있던 사회적 환경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의 숨이 막히는 경쟁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사람들을 도피하듯 해외로 떠나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을 떠난다 하더라도 결국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일원으로 다시 편입될지 모른다. 심지어 한국에서 어떤 계층에 속했는지에 따라 해외 경험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없는 집 자식들은 소위 말하는 개발도상국들을 떠도는 장기여행자로, 있는 집 자식들은 교환학생이나 유학 이후 선진국 취업이나 이민으로.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에 재학하는 학생들도 가난한 가정 출신이 많다. (게다가 잠시 한국을 탈출해 산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의 발목에 한국과 연결된 사슬이 묶여 있는 셈이다. 심지어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민족적으로 한인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럼 그들은 다들 잘 살고 있을까? 피할 수 있었음에도 자진해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입영한 사람들은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애국자로 포장된다. 한편 미국에서 미등록 이민자들을 추방하지 않고, 사회의 권리를 가진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에서는 이들이 재능 있는” “무고한 젊은 인재들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그러나 이 말들은 그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들이 아닌 외부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만든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개발협력 현장을 통해 해외에 다녀온 이들 중 일부는 사회의 빈곤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글로벌 기본소득 운동가 김주온은 해외 활동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글로벌 운동을 만들어 나간다.

해외에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이미 탈조선해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거나 해외를 떠돌고 있는 하지만 한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당신의 경험은 개인적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사회 구조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해외 이주가 아닌 다른 현상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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