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진보

be composed 2018. 7.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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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진보>>는 종교 평론가 카렌 암스트롱의 자서전이다. 원제는 The Spiral Staircase (나선 계단)인데, 책을 읽어보면 왜 제목이 나선 계단인지 알 수 있지만(한국 번역명보다 더 뜻 깊은 제목이 아닌가 한다), 아무래도 번역을 해 보면 한국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마음의 진보라는 번역 제목도 꽤 좋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의도도 잘 살렸고.

  개인적으로 이 책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저자의 역경을 극복하는 삶, 두 번째는 작가의 종교에 대한 관점(이 점에 있어 특히 마지막 장이 좋았다.)

  저자는 삶에서 수많은 실패를 맛보았다. 처음에 택했던 수녀의 삶, 그 이후 택했던 학문의 길, 그 다음 택했던 교직의 길... 스스로 택한 길이었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거나, 실패하게 되고, 그 길에 맞지 않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자꾸 (실제로) 쓰러지고, 스스로가 잘못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살아간다.

  나도 요새 내 나름대로 힘이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나보다 더 힘이 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과정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삶은 이어져 나갔다. 그리고 사실 저자는 뛰어난 사람이다. 책에서는 자신의 약점들을 서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그리고 그것이 그 당시 저자의 주된 정서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지적이고 말 잘 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종교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 내용. 나는 종교가 없는데,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나 현직 성직자 분들, 혹은 종교학이나 신학 등을 전공하신 분들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주위 사람들 중 종교가 있지만 이 책 내용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오늘날 ‘일부’ 종교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종교의 가르침 자체는 위대하더라도 결국 성직자가 되는 사람들은 똑같은 사람들이다 보니, 사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점이 있는 사람들이나, 혹은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 타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에는 부적합할 수 있는 - 사람들이 종교에 투신하여 성직자로 살아가면서, 혹은 인간이 꾸려낸 모순이 있는 시스템 안에 들어가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나쁜 방식으로 휘두르게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신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종교적 진실은 언어로, 논리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것은 오히려 예술과 같은 것이다. 마지막 장은 그래서 ‘손에 잡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한편으론 심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의 말들 중 뭔가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내용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감하는 능력이다. 모든 종교는 결국 비슷한 얘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저자는, 여전히 부족한 면도 많다고 인정하지만, 스스로의 자아를 뛰어넘으면서 스스로의 고통 또한 뛰어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다른 책이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했다. 이전에 저자의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진작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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