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루티드

be composed 2018. 9. 3. 06:00
반응형

<<업루티드>>의 작가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로 더 유명한 듯 하다. 나는 <<테메레르>>는 읽지 않았고 이번이 나오미 노빅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는 것이었는데, 꽤 재미있게 읽었다. 폴란드의 민담과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품 속 등장하는 국가들 폴니아로시아는 아무리 봐도 폴란드러시아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보인다. 제목 업루티드뿌리채 뽑힌이라는 뜻인데, “uproot”에는 오래 살던 곳에서 떠나다라는 뜻도 있으니 소설 초반에는 평생동안 살아왔던 시골 마을에서 드래곤의 탑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으로 뽑혀나온 주인공에 대한 은유처럼 읽히기도 했다. 한편 주인공이 맞서싸우는 대상이 뿌리를 가진 나무라는 점, 아마도 소설이 시작되었을 때와 소설이 끝났을 때의 주인공의 세상을 보는 관점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 등에서 꽤 영리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아그니에슈카는 우드근처의 시골에 살고 있다. 이 지역은 드래곤이라는 영주가 다스리고 있는데, 이름이 드래곤일 뿐 진짜 용은 아니다. 대신 드래곤은 마법사인데, 작품 속에서 이들은 일반적인 인간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살아가는 존재이다. 자세히 보면 얼굴에서 나이를 눈치챌 흔적들을 찾을 수 있지만, 겉보기엔 나이가 많더라도 젊은이들로 보인다. 아무튼 영주인 드래곤은 10년에 한 번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에서 뛰어난 소녀 한 명을 선택해 자신의 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아그니에슈카는 드래곤이 소녀를 데려가는 해에 열일곱이 되는, 즉 드래곤에게 간택될 해에 태어난 소녀였는데, 이 이야기는 고전적인 소녀를 데려가는 용이야기의 재해석이다. 이름이 드래곤’(혹은, 마법사들의 이름으로는 살칸’)인 영주에게서는 용의 모티브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후반부의 드래곤의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

아그니에슈카가 살던 곳은 평범한 시골 마을은 아니었으니, 이 영지에 존재하는 숲 우드의 존재 때문이다. 우드는 사악하고 오염된 공간이다. 이 공간에 접한 사람들은 오염되어 절망하고 사악한 존재가 된다. 마법사인 드래곤이 우드 주변에 있는 것도 주민들을 우드에게서 지키고 우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우드에 잡혀 들어간 사람들도 많은데, 폴니아의 한나 왕비 또한 그 중 한 명이다. 어쨌든 아그니에슈카는 누가 봐도 뛰어난지라 드래곤에게 선택될 것 같았던 절친한 친구 카시아대신 드래곤에게 선택되어 드래곤의 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드래곤에게서 마법을 배우게 되고, 그러다 우드에 잡혀간 카시아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일은 점점 국가적 규모로 커져나가는데뛰어난 마법사이지만 경력이 짧고 세상을 잘 모르는 아그니에슈카는 자신이 던져진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주인공 아그니에슈카는 무척 능동적인 인물이다. 워낙 덤벙거리는지라 항상 옷차림이 엉망이고 수도의 정치질에도 약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자기 할 말을 다 한다. 소설 속 세계에서 영웅이랍시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들은 따로 있지만, 사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취해 있고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노래 속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  (0) 2018.09.15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0) 2018.09.05
헬조선 인 앤 아웃  (0) 2018.09.01
무례함의 비용  (0) 2018.08.09
마음의 진보  (0) 201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