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be composed 2018. 10. 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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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의 종말>>은 ‘교육’분야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10월 26일 알라딘 기준), 사실 경영 분야나 통계 분야의 도서, 혹은 새로운 분야인 “개개인학” 도서이기도 하다. 책의 부제는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로 되어 있는데, 사실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경영을 속여왔나’,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속여왔나’,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당신을 속여왔나’ 정도의 부제를 달았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겠다. 책에서는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평균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평균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사고들과 구조들 –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 평균보다 못하면 부족한 것이고 평균보다 잘 하면 우수한 것이라는 생각,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채용 절차 등 – 에 대해 과감히 문제를 제기한다.

  평균적인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딱 평균’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모든 분야에서 평균에 가까운 개인은 존재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그런 사람은 없거나 아~주 드물다. 그러므로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어떤 개개인과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라면 평균은 쓸모가 없다.” 그럼 개인은 어떤 존재인가? 개개인성의 3가지 원칙을 기억하라.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

  들쭉날쭉의 원칙이란 “일차원적 사고를 통해서는 복잡한 데다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뭔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관점”인데, 여기서 말하는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1. “반드시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을 것”, 2. “반드시 이 여러 차원들 사이에 관련성이 낮을 것”을 만족하는 것이다. 가령 인간의 지적 능력은 여러 가지 능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다차원), 상호 연관성이 사실상 없다고 한다(낮은 관련성). 심지어 같은 과목에서도 같은 학생이 어떤 분야는 빠르게 배우지만 어떤 분야는 더 느리게 배우기도 한다. 1단원은 빨리 배우지만 2단원은 헤매는 식으로. (그러므로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맥락의 원칙이란 “행동은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둘 사이의 독자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표출된다”는 것. 가령 직장에서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직원을 보고 ‘인사성이 없다’라고 일차원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직원은 ‘직장에서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지만 사적인 관계에서는 인사성이 바른’ 사람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편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을 보고 ‘성실하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 직원은 재정적으로 굉장히 위기에 몰려 있어서 어떻게든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있을 뿐이고 상황이 끝나고 나면 덜 열심히 일할지도 모른다.

  경로의 원칙이란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다양한 성취 방법이 있으며 그 방법들의 가치는 같다. 또한 나의 개개인성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결정한다. (예로,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과학자들의 성공 방식은 크게 7가지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은 개개인성을 가진 존재이며 평균적인 존재가 아닌데, 실제 세상은 어떤가? 교육과정은 ‘평균적인 학생’들이 1년동안 이정도 내용을 배워야 한다는 기준에 맞추어 짜여진다. 한편 이 리뷰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한 분야에서 우수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우수할 것’이라는 생각에 의해 ‘성적이 높으니 일도 잘 하겠지’라며 사람을 채용하는 등,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저자도 인정하듯 ‘평균’에 의거한 사고방식은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저자는 교육 개혁에 대해 주장하는데 굉장히 급진적이다. 나는 교육을 ‘직업을 얻기 위한 도구’ 정도로만 보는 저자의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저자의 아이디어를 잘 다듬으면 교육을 개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개개인학’이라는 분야,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에도 기대가 된다. 내가 보기에 현재의 ‘평균’에 기반한 사고방식을 깔고 있는 현재의 방식도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개인성에 집중하는 연구 방법론이 지금의 방법론을 훌륭하게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세상의 흐름이라는 것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서로 다른 개인들이 각자 ‘생긴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어가는 방향이리라고 생각하는데, 이 ‘개개인성’ 개념은 시대의 흐름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특히 모두가 다 다르다는 ‘개개인성’ 개념을 잘 체화한 사회는 개인을 존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저자의 말대로, 책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들, 세 가지 원칙을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실제로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냥 ‘영리함’ ‘순발력’ 같이 퉁쳐지는 말들을 떠올려 보면서, 내가 어떤 부분에선 영리하고 어떤 부분에선 그렇지 않은지, 어떤 상황에선 영리하고 어떤 상황에선 좀 둔해지는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파악하게 되면 저자가 그러했듯 자기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평균이 종말할지는 모르겠으나, 평균의 시대에 길러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어줄 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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