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be composed 2022. 7. 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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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주의가 팽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학력주의에 대한 대안은 정말 너무 순진하다는 말이 절로...), 능력주의라는 굳건한 믿음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유명한 게임 중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것이 있다. 딸을 키우는 게임인데, 딸이 18세가 되면 딸의 능력치에 따라 딸의 직업이 결정되고, 게임 상에서 명확하게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배드 엔딩, 노멀 엔딩, 굿 엔딩의 구분이 있다. 즉, 딱히 나쁜 사람이 되지 않고 자기 삶을 잘 살아가더라도 굿 엔딩이 아닌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것 또한 사람들이 능력주의를 얼마나 당연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에서도 능력주의는 팽배해 있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나 때 기준으로...)를 주문처럼 외우는 입시 시장이라거나. 그리고 ‘무엇인가를 능력에 따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흔하기 때문에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잘 없다.

  능력주의 경쟁은 분명 효과적인 도구이다. 그러나 경쟁을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 열등감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세상을 끝없는 경쟁으로 인식하게 될 때, 내 위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게 되니까. 나는 항상 누군가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성취하지 못한 것이 있는 사람이 되니까.

  물론, 본인 인생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본인이 아니고서는 결국 ‘본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패자에 대한 멸시와 차별은 정당하다’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능력주의는 실패를 했을 때 일어나지 못하는 사회가 되더라도, 사회안전망이 처참한 사회가 되더라도 그것을 정당화한다.

  인생은 카드게임과 같다는 비유를 좋아한다. 내가 전략을 잘 짜서 게임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도 있지만, 결국 어떤 패가 내 손에 들어올지(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할지, 어떤 사건들을 마주할지)는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카드게임에서 이기고 졌다고 잘나고 못난 것이 아니듯이, 사회에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멸시받아서는 안 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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