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이야기(샐리 쿨타드 지음)

be composed 2021. 10. 1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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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미신 이야기”에서는 51가지 미신을 소개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밝고 온건한 미신은 “Light” 장에, 어둡고 부정적인 미신은 “Dark” 장에 분류되어 있다.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이라는 부제나, 책 앞 표지의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미신”, 뒷 표지의 “우리 등 뒤를 또각또각 걸어 다니는” 등의 문구를 보면 괴담집을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소개된 미신의 숫자로 보면 비슷하지만) 페이지 수로 따지면 “Dark”보다 “Light”의 비중이 훨씬 많고 “Light”의 소개말에서부터 “왜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가 이 모든 과학적 지식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신을 믿는 걸까?”라며 저자부터가 딱히 미신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Dark”의 소개말에서는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마땅한 문제 앞에서 미신이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된다”며 오히려 미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이 재미없는가? 그렇지 않다. “51가지 괴담집” 정도의 책을 기대하고 샀다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미신의 내용과 그 기원을 소개하며 왜 이런 미신이 생겼는지, 왜 사람들이 이런 믿음을 가졌는지를 함께 설명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류학 도서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저자 샐리 쿨타드가 영국인이라서 그런지, 사실 소개되는 미신이 서양 문화권의 미신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잉글랜드의 미신이 자주 언급된다. 그렇다 보니 특히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아 이런 이야기도 있었지’라며 찝찝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은 이런 미신이 있었구나’라며 외국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는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모면 자연스럽게 서양의 미신과 한국의 미신을 비교하게 되는데, 유사한 미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고(서양뿐 아니라 많은 문화권에서 손톱 자르기를 피해야 하는 날이나 시기가 있었다 – 가령 동양에서는 밤을 피한다(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신하는 쥐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 서양에는 화끈거리나 울리는 귀가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따는 믿음이 있는데 이 역시 한국의 귀가 가려우면 누군가 자신의 뒷말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동양과 반대의 믿음을 보면서 오히려 이런 건 상상도 못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양에선 까치가 불길한 새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한편 서양에서는 13은 무조건 불길한 수라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13이 행운의 수라는 것도 신선한 정보였다(이탈리아에서는 17이 불행의 수라고 한다)
  저자가 민속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엄청나게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해 주는 책도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훌훌 넘기기에 적합한 책이다. 마침 페이지 수도 많지 않고. 그리고 일러스트에 아주 공을 들인 책이기 때문에,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다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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