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천선란)

be composed 2022. 7. 3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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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을 읽었다. 천선란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초반에는 잘 집중이 되지 않아 내 취향은 아닌가 했으나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찾아 읽을 용의가 충분해지는 책이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따뜻하다. 이것은 아마 사람을 보는 저자의 시선이 따뜻한 것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한다. 경마 기수 로봇으로 만들어졌지만 학습용 휴머노이드의 칩이 잘못 삽입되어 다른 기수들과는 다르게 된 ‘콜리’, 사람을 믿지 않고 세상에 대해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기대를 닫아 버린 ‘연재’, 공부 잘 하고 연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롭고 어린애 같은 면도 있는 ‘지수’, 소아마비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로봇 다리 이식 수술을 경제적 이유로 받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남과 다른 존재가 된 ‘은혜’, 연재와 은혜의 어머니로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한때 배우였던 ‘보경’. 그리고 한 때 최고의 경주마였으나 이제는 몸이 망가져 도살당할 운명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처음에는 연재와 지수의 드라마는 뻔해 보였고 사실 어찌 보면 뻔한 시작이다. 그러나 책을 덮을 때 쯤에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내 안에 받아들인 것처럼 인물들 하나하나에 정이 들어있고 다들 잘 지내기를 바라게 되었다. 스토리의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 ‘민주’나 ‘다영’같은 인물들까지도.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는 지능과 언어가 있으나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 작중 등장하는 인간들을 관찰한다. 인간들에 비해 얽매이는 허식이 없는 콜리는 그래서 핵심을 찌르는 말도 잘 한다. 그래서 보경도,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도 위로받을 수 있으리라. 위로와 상실의 슬픔이 뒤섞인, ‘천 개의 파랑’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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