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키르케 (매들린 밀러)

be composed 2022. 7. 3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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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를 읽었다. “키르케”는 사 놓고 읽고 있지 않던 수많은 책 중 한 권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사 놓은 게 잘한 일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으니. “키르케”에 반해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킬레우스의 노래”까지 읽었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두 권을 비교한다면 결말이 더 좋았던 건 “아킬레우스의 노래”, 이야기 자체를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키르케”.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여성문학상을 수상했고, “키르케”역시 여성문학상 최종후보까지 갔던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두 권의 책 모두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 작품이다. 실제로 저자 매들린 밀러는 고전학 학위를 가지고 있고, 고전을 각색하는 법도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각 작품의 화자인 파트로클로스와 키르케는 보통 생각하는 영웅과는 좀 다른 인물들이다. 둘 다 공통적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가 보기에 결함이 있는 아이 취급을 받는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세상을 가로지르는 통쾌한 활극 정도는 나와 줘야 할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조금 소박한 느낌이다.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고, 누군가를 죽이는 일들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파트로클로스는 소설 후반에 아킬레우스와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긴 하지만 전쟁터가 아닌 막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 키르케의 경우 소설의 대부분을 아이아이에 섬에 갇혀서 보낸다.

  화려한 신화의 주인공들은 아니지만 저자의 필력이 뛰어나다 보니 그런 것과 상관없이 글이 재미있다. 저자는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들이지만 사실은 따뜻하고 빛나는 인물들인 파트로클로스와 키르케의 내면을 보여주고, 그들의 갈등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킬레우스의 노래”에서는 파트로클로스와 아킬레우스의 사랑 이야기가, “키르케”에서는 자기 자신으로 일어서 나가는 키르케의 이야기가 메인이 된다. 그리스 시대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아킬레우스의 노래”,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던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키르케”를 추천.

 +) 그리스 신화를 더 알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들이었고,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만드는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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