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떠나온 세계(김초엽)

be composed 2022. 8. 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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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초엽의 단편집 "방금 떠나온 세계"를 읽었다. 예전에 김초엽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었을 때는 작가가 유명하다 보니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지 생각만큼 미치지는 못한다는 느낌이었는데, "방금 떠나온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좀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책 뒷표지의 김겨울 작가의 서평에 대단히 공감하는데, "소설 속에서 '보통'과 다른 존재들,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은 '평범한' 이들이 도달하지 못할 특별한 곳에 도달한다." 사회의 기준에 벗어났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의 기준은 절대적인 선이 아니며, 그 선 안에 들어가 있는 존재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선 바깥에 있는 존재들은 볼 수 있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편집의 소설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들을 모두 '정상'으로 만들었다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소수자들은 자기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간다. 그들의 선택은 때로는 좋아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선 안에 있는 사람과 선 밖에 있는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선 안에 있는 존재들끼리조차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다른 세계들이 어떻게 잠시나마 겹칠 수 있을까"에 대해 글을 쓰면서 고심해왔다고 한다.

  이 단편집의 이야기들은 뚜렷한 해피엔딩이나 배드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소통은 완전하지 않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계속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삶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지금, 읽어보고 고민해 볼 만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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