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풍성하게/펜팔

[펜팔설명서] 5. 펜팔들이랑 할 얘기가 떨어졌어요.

be composed 2018. 7. 17. 00:22
반응형

  펜팔설명서 연재도 다섯 번째에 접어들었다. 펜팔의 위험성 및 주의사항이나, 펜팔을 구하는 법, 나의 개인적인 펜팔 경험 등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전 포스트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2018/07/14 - [펜팔] - [펜팔설명서] 1. 펜팔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2018/07/15 - [펜팔] - [펜팔설명서] 2. 펜팔을 하면서 닥칠 위험들, 펜팔 주의사항

2018/07/15 - [펜팔] - [펜팔설명서] 3. 펜팔을 직접 만들어 보자! (上)

2018/07/15 - [펜팔] - [펜팔설명서] 4. 펜팔을 직접 만들어 보자! (下)



  펜팔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흔히 보는 고민들이 있다. "펜팔들이랑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대체 펜팔들이랑은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요?"

  사실 계속해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펜팔 친구들 중에서도 '아 얘는 나랑 좀 잘 맞는 것 같아' 싶은 애가 있고, '아 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싶은 친구가 있게 마련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듯이 펜팔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대화가 뚝뚝 끊어지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펜팔'이라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해서 특별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주제가 바닥나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펜팔들이랑은 도대체 무슨 주제로 편지를 이끌어 나가야 할까? 사실 정답은 없다. 친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없듯이 펜팔에서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야 서로의 기본적인 사항들 - 이름, 나이, 성별, 하는 일 등... - 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하겠고, 그 다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를 이어나가면 된다. 나는 뭔가 메일을 쓸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해 소개를 늘어놓고 그러지는 않는 편이다. 그냥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관련되거나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해주거나,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하거나, 그러다가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기도 하고. 나에게 특별한 일이 있으면 (예를 들어 시험에 응시했다, 명절이다...) 공유해 주기도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설명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 "오늘은 설날이야. 한국인들은 설날에 떡국을 먹는데,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먹는 거야. 아, 너 한국식 나이가 따로 있다는 거 아니? ..."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공유해 주는데, 난 유튜브 링크를 보낸다. (사실 다른 펜팔 친구에게 배운 방법.) 이 때 음악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이나 가수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해 줘도 좋겠다. 가사가 한국어인 경우 난 가사 번역을 즐기는 취미가 있어서 직접 번역해서 보내주기도 한다. 그러면 친구가 자기 나라 노래 가사를 번역해서 보내 주는 일도 생긴다. 물론 친구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으니 사람 봐 가면서 하도록 한다.

  그리고 친구가 할 말이 있도록 질문을 던지라는 것도 많이 나오는 조언 중 하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가 대답할 수 있는 주제를 의식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아까 든 예를 다시 가져오자면, "...한국인들은 설날에 떡국을 먹어. 너희 나라에도 특별한 음식을 먹는 명절이 있니?" "...한국에선 설날에 떡국을 먹어. 너 한국 음식 먹어 본 적 있니? 네가 사는 곳에서 한국 음식점을 찾기가 쉽니?" 같은 식으로 대화 주제에 맞게 질문을 이어가는 것도 있고, 그냥 새로 질문을 던져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안부를 물어 볼 수도 있다. "참, 너 좋아하는 작가가 있니?" "너 보통 휴식 시간엔 뭘 해?" "너 지난 주말에 뭐 했니?" 같이. 만약 문화에 따라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라거나 우리가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문화가 다른데 이건 좀 개인적인 질문 아닌가 싶을 때는 경중을 따져서 그냥 질문을 피하거나, 물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때는 "만약 이게 무례한 질문이거나 네가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답변 안 해도 돼!" 같은 식으로 얘기해 주면 아주 좋겠다.


  정리하자면, 다른 곳에서 그런 것처럼 그냥 하고 싶은 주제 (즉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유리하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답장할 여지를 주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면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