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다시, 블로그

be composed 2019. 2. 3. 18:32
반응형

1.

처음 블로그를 하기로 했을 때 나에겐 나름대로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이러이러한 콘텐츠를 만들어 써 올릴 것이고, 이러이러한 콘텐츠도 만들어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그렇게 일방문 100 정도는 우습게 찍을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는 티스토리에 초대장 제도가 아직 있던 시기였고, 많은 사람들이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에게 초대장을 받기 위해 일종의 서류심사는 아니고 댓글심사 정도를 받곤 했다. 스팸을 거르기 위한 간단한 질문, 블로그 운영에 대한 각오 등을 요구했던 블로그들이 떠오른다. 나는 어떠했나. 야무진 운영계획을 늘어놓으며 초대장을 받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대장을 얻어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2019년 2월. 현재 나의 블로그는 몇 달 째 글이 올라오지 않은, 총 글 갯수가 50개도 되지 않는 상태. 초대장을 주신 블로거분께 죄송할 따름이다.


2.

사실 나에게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 확실히 해 두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내가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좁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고, 내가 누구인지 특정되어 봤자 좋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은경의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에서도 말하듯, '내'가 들어간 글이 좋은 글이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숨겼던 것 같다.


3.

블로그는 결국 축적이다. 별 것 아닌 글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몇백, 몇천이 될 수 있을 테고, 쓰다 보면 실력이 늘고 또 새로운 소재도 눈에 뜨일 것이다. 그렇게 쌓인 글들은 굉장히 다양한 '키워드'들을 가지고 있을 테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검색을 통해 내 블로그에 들어올 수 있게 되겠지. 한편으로 나는 블로그와 일기를 구분하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블로그를 만든 것은 결국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겠지.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대단한 말이라면, 내 글을 누군가는 읽어주길 바라는 것. 그래서 또 글을 이것저것 써내려가 보기로 했다. 또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뭐 시작이 반이니까 지금 이미 반은 하고 있는 거지 뭐.


4.

어쨌든 이 블로그는 익명으로 계속 운영할 생각이다. '현실 지인들과 연계되는 블로그'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그건 지금 있는 이 블로그를 어느 정도 잘 운영할 수 있게 되고 나서가 되겠지, 만약 한다고 해도. 하지만 좀 더 활발히, 좀 더 쓸데없는 글도 많이 쓰고, 좀 더 횡설수설인 글도 많이 쓸 예정이다. 어쨌든 글을 쓴다는 행위는 사람을 성장하게 하지 않는가? 나도 어쨌든 블로그를 통해 생각이 조금이나마 논리적으로 딱딱 각이 잡히거나, 풍성한 감수성의 소유자가 되거나, 재치와 위트가 가득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좋고. 그러지 못해도 좋고. 어쨌든 뭐 해 보는 거지 뭐.

반응형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담  (0) 2018.10.26
주말은 왜 유한한가  (0) 2018.07.30
그냥 책 이야기 주절주절  (0) 201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