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문화생활/영화

옥자 (Okja, 2017)

be composed 2018. 9. 7. 06:00
반응형

강원도 산골 마을에 (아마도) 평범한 소녀 미자와 그녀의 친구 슈퍼돼지 옥자가 살고 있다. 옥자는 거대 식품회사 미란도 그룹의 프로젝트의 일부로, 세계 곳곳의 농부들이 슈퍼돼지를 기르다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미국에서 콘테스트를 하게 된다. 옥자는 미자에게 굉장히 소중한 존재이고 아마 미자도 옥자에게 그런 듯 한데, 영화 초반의 옥자가 미자를 구해주는 장면을 보면 옥자를 생각하는 미자의 마음은 당연해 보인다.

소중한 생명이며 미자의 친구이지만 거대 식품회사에 끌려간 옥자. 그리고 그들을 구하겠다는 동물보호단체. 이들은 결국 각각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인다. 물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나름대로 사명감에 불타고 있지만, 그들의 사명감이라는 것이 정말 옥자를 위해 발휘되고 있는지는 큰 의문이 남는다. 특히 옥자와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첫 만남에서, 한국인 멤버가 미자와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에서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역시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의로운 자신에 매몰될 힘으로 정의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영화에서 옥자는 돼지이며 짐승이고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거래된다. 그런데 옥자의 가치는 옥자 자체가 아니라 외부에 의해서 결정된다. 영화 초반의 대화를 보면 할아버지는 미란도 그룹에게 옥자를 금돼지로 사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옥자는 그냥 커다란 돼지정도였겠지만, 미란도 그룹의 입장에서 옥자는 그룹과 슈퍼돼지에게 선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선전하기 위한 수단의 일부였으니까, 그까짓 금돼지 좀 준다고 옥자를 사 올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체 어떻게 옥자가 얼마짜리인지 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가치를 정할 수 없듯이(안타깝게도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제대로 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생명인 옥자의 가치를 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한국인 회원도 미자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것은 어떤 악의때문은 아니겠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순수한 목적을 위해 순수한 노력을 하는 인물인 미자와 그들은 대비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그러다 보면 처음의 어떤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스스로가 빚은 색안경을 쓰고 잘못이 잘못이라는 것을 무심코 흘려 넘겨 버리는 것은 아닐지.

반응형

'기타문화생활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1) 2018.07.16